- [농구] ‘MZ 취향저격’ 69세 감독, 한국농구 희망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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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의 마지막 관문 앞에 선 안준호(69)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세계 54위 한국은 20일 태국(89위), 23일 인도네시아(75위)와 차례로 최종예선 5·6차전을 치른다. 두 경기 모두 원정이다. 호주(7위·4승)에 이어 A조 2위인 한국(2승2패·골득실 +5)은 3위 태국(2승2패·골득실 -29)과의 맞대결에서 이기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사실상 거머쥔다. 인도네시아(4패)는 4위다.
한국이 평소 전력이라면 태국·인도네시아는 어렵지 않은 상대다. 그런데 이정현(26·소노), 변준형(29), 김종규(34·이상 정관장), 유기상(24·LG) 등 대표팀 주축멤버가 부상으로 빠졌다. 최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안 감독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 1년간 대표팀 후보군을 두텁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누가 들어와도 제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농구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진이 나온 중국·일본에 밀려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은 출전권도 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 안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당시 그는 2011년 서울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로 13년간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 많은 전문가는 “나이 많은 감독이라 현대 농구 흐름에 뒤처질 것”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안 감독은 그런 전망을 뒤엎었다. 대표팀 감독 데뷔전이자 아시안컵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호주에 접전 끝에 71-85로 졌다. 강호 호주를 상대로 2쿼터 막판까지 33-20, 13점 차로 앞섰다. 2차전에선 태국을 96-62로 완파했다. 지난해 7월 파리올림픽 출정식을 겸해 열린 한일전 2연전 1차전에선 한국을 85-84 승리로 이끌었다. 세계 21위 일본은 이 경기에 올림픽 멤버가 나섰다.
비결은 안 감독 방식의 ‘MZ 농구’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한 그는 부임과 함께 세대교체부터 했다. 1999년생 가드 이정현을 대표팀 주축으로 등용했다. 박무빈(24·현대모비스), 유기상, 박인웅(25·DB), 이원석(25·삼성), 문유현(21·고려대) 등 20대 초중반 선수를 대거 발탁했다. 안 감독은 이번에 이근휘(27·KCC), 양준석(24·LG)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둘 다 태극마크는 처음이다. 뜻밖에 기회를 잡은 신예들은 안 감독과 똘똘 뭉쳤다.
안 감독은 “농구는 팀 스포츠다. 그동안 대표팀에 가장 절실했던 건 팀워크, 강한 응집력이었다”고 지난 1년을 돌이켰다. 세계적 추세인 빠른 농구와 외곽슛을 통해 공·수 전환 속도를 높였다. 훈련 땐 엄격하지만, 휴식 때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선수들 얘기도 들었다. 안 감독은 “현 대표팀은 MZ세대가 대다수다. 선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또 큰 경기라도 출전 기회를 줘 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 즉 동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부상 등으로 대표팀을 떠난 선수들과도 수시로 연락하고 챙겼다.
안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69세에 ‘MZ 농구’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대표팀 문은 프로선수는 물론, 대학생 선수에도 활짝 열려있다”고 선언했다. 삼성 감독 시절부터 ‘사자성어 인터뷰’로 유명했던 그에게 사자성어를 부탁했다. 그는 “지금 대표팀엔 ‘환골탈태’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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