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11경기 10패' 기업은행, 멀어지는 '봄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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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2일 정관장전 세트스코어 0-3 패배, 연패 탈출 뒤 다시 3연패
정관장이 안방에서 기업은행을 완파하고 2위로 올라섰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12일 대전 충무 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승리했다. 지난 2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패하며 연승 행진이 끊어졌던 정관장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꺾으며 현대건설에게 승수에서 앞선 2위로 올라섰다(19승8패, 승점53점).
정관장은 반야 부키리치가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41.46%의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렸고 메가왓티 퍼티위가 42.86%의 성공률로 16득점, 박은진이 63.64%의 성공률로 9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반면에 1월 31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꺾고 7연패에서 탈출하자마자 다시 3연패를 당한 기업은행은 열흘 넘게 승점 37점에 묶이며 봄 배구 진출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봄 배구 복귀 위한 기업은행의 과감한 투자

▲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 부임 후 아직 한 번도 봄 배구에 진출한 적이 없다.
ⓒ 한국배구연맹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 시절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2010년대 초·중반 V리그를 호령했던 기업은행은 박정아(페퍼저축은행)의 이적 후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기업은행은 2020-2021 시즌 득점 2위(867점)에 오른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쿠제이보루)의 맹활약으로 플레이오프에 복귀했지만 이는 현재까지 기업은행이 밟았던 마지막 봄 배구 무대가 되고 말았다.
기업은행은 2021-2022 시즌 주전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 사태와 서남원 감독의 조기 사퇴, 외국인 선수 중도교체,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조기종료 등 구단 안팎으로 어수선한 일들이 겹치면서 정규리그 5위에 머물렀다. 그래도 시즌 중에 김호철 감독이 부임한 후 후반기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등 희망적인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2-2023 시즌에도 기업은행의 부활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2022-2023 시즌을 앞두고 외부에서 FA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아나스타시아 구르바노바가 시즌 직전 기량 미달로 교체되면서 15승21패로 6위를 기록했다. 시즌 직전 기업은행으로 복귀한 달리 산타나(LOVB 메디슨)가 606득점,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한 표승주(정관장)가 529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한 김희진(251득점)의 부진이 대단히 아쉬웠다.
지난 시즌에는 기업은행에 행운이 찾아오는 듯 했다. 아시아쿼터 1순위로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올랜도 발키리스), 외국인 선수 1순위로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가세한 것이다. 여기에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까지 FA로 영입하며 야심 차게 봄 배구 진출을 노렸지만 기업은행은 17승19패 승점 51점을 기록하고도 3위 정관장에게 승점 10점이 뒤지면서 세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시즌 큰 행운에도 기대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기업은행은 FA시장에서 '큰 손'을 자처하며 공수겸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 원,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주아를 3년 총액 12억 원에 영입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로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빅토리아 댄착, 아시아쿼터로 중국 출신의 천신통 세터를 지명하면서 빈틈 없는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11경기 1승10패... 3위와 승점 16점 차

▲ 이소영은 공격보다 수비를 위해 투입되는 경기가 더 많을 정도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후 2라운드까지 8승4패를 기록하면서 흥국생명, 현대건설과 3강 자리를 유지했다. 빅토리아가 시즌 초반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고 6년 차 아웃사이드히터 육서영의 성장도 놀라웠다. 여기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천신통 세터도 팀에 잘 녹아 들어 어깨 부상 중인 이소영만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기업은행은 본격적으로 선두 싸움에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기업은행은 위로 올라가긴커녕 오히려 순위가 4위로 내려 앉았다. 기업은행은 12일 현재 3위 현대건설에게 승점 16점이 뒤져 있어 남은 8경기에서 승점 차이를 3점 이하로 줄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4라운드까지 당한 7연패와 5라운드 반등에 실패하고 다시 3연패의 수렁에 빠진 것이 기업은행에게는 대단히 치명적이다.
연봉 총액 7억 원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이소영은 이번 시즌 26경기에 출전했지만 27.27%의 성공률로 단 41득점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소영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5라운드 4경기에서는 13득점에 그쳤고 심지어 5라운드 첫 두 경기에서는 아웃사이드히터가 아닌 리베로로 출전했다. 아무리 어깨 부상 후유증이 있다지만 이소영의 이름과 연봉에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활약이다.
이소영과 함께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주아 역시 블로킹 10위(세트당 0.56개)와 속공 11위(37.69%)에 그치며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다운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 시절 '이동주아'로 불렸을 만큼 이주아의 장기로 꼽히던 이동 공격은 아시아쿼터 아닐리스 피치(흥국생명, 220회 시도)와 장위(페퍼저축은행, 107회 시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63회 시도에 그치고 있다.
만약 기업은행이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지 못한다면 2021년에 창단한 페퍼저축은행과 함께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하는 팀이 된다. 하지만 구단 역대 최다승을 올리며 발전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과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로 봄 배구 복귀의 의지를 드려냈던 기업은행의 성적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 과연 기업은행은 남은 시즌 '기적 같은 반등'을 만들 수 있을까.
양형석
https://m.sports.naver.com/volleyball/article/047/000246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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