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약관의 ‘빙속 여제’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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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메달 4개 이나현, 스피드스케이팅 차세대 스타 탄생
이나현이 지난 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m에서 역주하는 모습. 이나현은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4종목에 출전, 모두 메달을 따내며 한국 빙속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연합뉴스
이상화, 김민선, 그리고 이나현. 한국 여자 빙속 여제(女帝) 계보가 하얼빈에서 완성된 분위기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신성(新星)’ 이나현(20·한국체대)은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4종목에 출전해 금2, 은1, 동1개로 전 종목 메달을 따냈다. 2010·2014 올림픽 2연패(連覇)와 함께 500m 세계 기록(36초36)을 여전히 보유한 ‘원조 여제’ 이상화(36), 2022-2023시즌 ISU(국제빙상연맹) 500m 종합 우승자 ‘2대 여제’ 김민선(26)을 잇는 새로운 희망(New Hope)의 탄생이다.
이나현의 질주는 대회 첫날부터 시작됐다. 지난 8일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100m 결승에서 10초501을 기록, 김민선을 0.004초 차로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9일 열린 500m에선 38초33으로 김민선에게 불과 0.09초 뒤져 은메달. 같은 날 팀 스프린트에선 김민선, 김민지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합작하며 2관왕에 올랐다. 11일 여자 1000m에서는 1분16초39 기록으로 3위를 차지, 이번 대회 네 번째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미 세계적 선수 반열에 오른 김민선(금2·은1) 성적을 앞섰다. 이나현은 “진짜로 내가 다 딴 게 맞나 싶다. 꿈같은 결과”라며 웃었다.
이나현은 이미 지난해 1월 ISU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34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우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앞선 세계 기록 보유자가 이상화(2007년·37초81), 김민선(2017년·37초78). 스타 탄생은 그때 예고됐다.
주니어 시절 약진을 기반으로 이제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엔 메달 1개를 목표로 하고 임했으나 기대를 훨씬 웃돈 성과를 남겼다. 올해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로 강도 높은 여름 훈련을 소화한 게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스타트와 스케이팅 기술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나현은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며 “자신감이 이번 아시안게임 최대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나현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나현은 2005년생. 체격이 일단 선배 여제들보다 우월하다. 유럽 선수 못지않다. 키가 171㎝로 이상화(165㎝), 김민선(166㎝)보다 크다.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좋은 신체 조건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힘 있는 하체와 탄탄한 상체 밸런스로 만들어내는 폭발적 추진력이 강점.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주니어 시절 무릎 통증에 시달려 재활 치료를 반복했으나, 그때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어섰다. “부상으로 쉬는 동안 더 허전함을 느꼈다. 결국 다시 스케이트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 때 웨이트 훈련에 집중한 것이 성장 밑거름이 됐다.
이나현의 지난 시즌 500m 세계 랭킹은 12위, 올 시즌은 23위다. 1000m는 지난 시즌 14위, 이번 시즌엔 27위에 올라 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느라 올 시즌 성적은 조금 처졌다. 이상화가 21세에 올림픽을 제패한 걸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만큼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기다려진다. 자신을 “앞이 창창한 선수”라 일컬으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종목이든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며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치열하게 훈련에 임해 밀라노에선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스무 살 이나현이 네 번째 메달을 딴 날 이승훈(37·알펜시아)은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9개)을 세웠다. 이승훈은 “기록(최다 메달)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막 무대에 오른 후배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 주인공이 이나현이 될지 모른다. “차세대 빙속 간판이란 말도 좋지만, ‘차세대’를 떼고 진짜 간판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당돌한 각오다.

이상화, 김민선, 그리고 이나현. 한국 여자 빙속 여제(女帝) 계보가 하얼빈에서 완성된 분위기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신성(新星)’ 이나현(20·한국체대)은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4종목에 출전해 금2, 은1, 동1개로 전 종목 메달을 따냈다. 2010·2014 올림픽 2연패(連覇)와 함께 500m 세계 기록(36초36)을 여전히 보유한 ‘원조 여제’ 이상화(36), 2022-2023시즌 ISU(국제빙상연맹) 500m 종합 우승자 ‘2대 여제’ 김민선(26)을 잇는 새로운 희망(New Hope)의 탄생이다.
이나현의 질주는 대회 첫날부터 시작됐다. 지난 8일 이번 대회 처음 도입된 100m 결승에서 10초501을 기록, 김민선을 0.004초 차로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9일 열린 500m에선 38초33으로 김민선에게 불과 0.09초 뒤져 은메달. 같은 날 팀 스프린트에선 김민선, 김민지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합작하며 2관왕에 올랐다. 11일 여자 1000m에서는 1분16초39 기록으로 3위를 차지, 이번 대회 네 번째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미 세계적 선수 반열에 오른 김민선(금2·은1) 성적을 앞섰다. 이나현은 “진짜로 내가 다 딴 게 맞나 싶다. 꿈같은 결과”라며 웃었다.
이나현은 이미 지난해 1월 ISU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34로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우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앞선 세계 기록 보유자가 이상화(2007년·37초81), 김민선(2017년·37초78). 스타 탄생은 그때 예고됐다.
주니어 시절 약진을 기반으로 이제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엔 메달 1개를 목표로 하고 임했으나 기대를 훨씬 웃돈 성과를 남겼다. 올해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로 강도 높은 여름 훈련을 소화한 게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스타트와 스케이팅 기술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나현은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며 “자신감이 이번 아시안게임 최대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나현은 2005년생. 체격이 일단 선배 여제들보다 우월하다. 유럽 선수 못지않다. 키가 171㎝로 이상화(165㎝), 김민선(166㎝)보다 크다.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좋은 신체 조건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힘 있는 하체와 탄탄한 상체 밸런스로 만들어내는 폭발적 추진력이 강점.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주니어 시절 무릎 통증에 시달려 재활 치료를 반복했으나, 그때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어섰다. “부상으로 쉬는 동안 더 허전함을 느꼈다. 결국 다시 스케이트를 신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 때 웨이트 훈련에 집중한 것이 성장 밑거름이 됐다.
이나현의 지난 시즌 500m 세계 랭킹은 12위, 올 시즌은 23위다. 1000m는 지난 시즌 14위, 이번 시즌엔 27위에 올라 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느라 올 시즌 성적은 조금 처졌다. 이상화가 21세에 올림픽을 제패한 걸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만큼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이 기다려진다. 자신을 “앞이 창창한 선수”라 일컬으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종목이든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며 “더 많이 준비하고, 더 치열하게 훈련에 임해 밀라노에선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스무 살 이나현이 네 번째 메달을 딴 날 이승훈(37·알펜시아)은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9개)을 세웠다. 이승훈은 “기록(최다 메달)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막 무대에 오른 후배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 주인공이 이나현이 될지 모른다. “차세대 빙속 간판이란 말도 좋지만, ‘차세대’를 떼고 진짜 간판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당돌한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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