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기자의눈] 임효준, 그리고 린샤오쥔…한솥밥 동료에서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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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서 한국 에이스로 활약…'성추행 무고' 끝 중국 귀화
하얼빈AG 金 따고 눈물…2026 올림픽서 메달 경쟁 불가피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의 임효준.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간을 7년 전으로 되돌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가보자.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쇼트트랙 남자팀을 대표하는 이름은 임효준이었다. 임효준은 당시 남자 1500m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임효준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기까지 쓴 '스토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무려 7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올림픽 챔피언으로 우뚝 선 그였다.
2025년. 임효준은 린샤오쥔이라는 이름으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7년 전과 마찬가지로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친 그는 중국 관중들의 열띤 응원 속에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쑨룽의 '밀어주기'가 반칙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임효준은 눈물을 쏟아내며 감격스러워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임효준을 향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던 '에이스'가 중국을 대표해 뛰고, 한국을 향해 막말하는 중국 동료와 함께 환호하고, 시상대에서 중국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편치 않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임효준, 린샤오쥔의 개인사를 돌이켜보면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쇼트트랙을 포기할 수 없었고 꿈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대표해 금메달을 획득한 린샤오쥔.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임효준은 2019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했던 후배 황대헌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것이 문제가 됐다.
'올림픽 영웅'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이미 낙인된 '성추행' 프레임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았고, 국적을 포기한 데다 하필이면 국민감정이 썩 좋지 않은 중국으로 귀화한 탓에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귀화에 따른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임효준은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전 국적으로 출전 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 공백기가 컸던 탓에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국제무대에 다시 돌아온 건 2022-23시즌이었다.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그는 점점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인 2023-24시즌엔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대표팀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포디움에 오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번에 열린 하얼빈 아시안게임은 임효준이 평창 올림픽 이후 7년 만에 치르는 종합대회였다. 그리고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쳤다.
공교롭게도 임효준은 한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에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혼성계주 2000m 결선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효준은 선두로 달리다 넘어졌고, 이 틈을 탄 박지원이 선두로 올라서며 금메달을 땄다.
이 금메달로 박지원은 큰 고민거리였던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첫 올림픽 출전과 메달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전 박지원이 대표팀 내 '팀 킬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는데, 끝내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한 그다.
임효준과 박지원은 경쟁자이기 전에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했다. 박지원과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엔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다른 국적으로 경쟁한 린샤오쥔(왼쪽)과 박지원.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다시금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은 '쇼트트랙 선수' 임효준의 모습은 반갑다. 국적을 떠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가, 갖은 풍파를 겪고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재기에 성공한 자체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는 내년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올림픽 금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반가움과 함께 마음 한편엔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임효준에게 일련의 사건이 없었다면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임효준과 박지원이 '쌍두마차'로 나설 수 있었다면, 하는 가정은 이미 부질없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미 자국의 에이스를 올림픽에서 '적'으로 상대한 경험도 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3관왕을 달성했던 안현수(러시아 명 빅토르 안)의 사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듯, 내년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키워낸 에이스를 적으로 상대해야 할 처지다.
하얼빈AG 金 따고 눈물…2026 올림픽서 메달 경쟁 불가피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간을 7년 전으로 되돌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가보자.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쇼트트랙 남자팀을 대표하는 이름은 임효준이었다. 임효준은 당시 남자 1500m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임효준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기까지 쓴 '스토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무려 7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올림픽 챔피언으로 우뚝 선 그였다.
2025년. 임효준은 린샤오쥔이라는 이름으로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7년 전과 마찬가지로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친 그는 중국 관중들의 열띤 응원 속에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쑨룽의 '밀어주기'가 반칙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임효준은 눈물을 쏟아내며 감격스러워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임효준을 향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던 '에이스'가 중국을 대표해 뛰고, 한국을 향해 막말하는 중국 동료와 함께 환호하고, 시상대에서 중국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편치 않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임효준, 린샤오쥔의 개인사를 돌이켜보면 마냥 비난하기는 어렵다. 인생의 전부와도 같았던 쇼트트랙을 포기할 수 없었고 꿈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효준은 2019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했던 후배 황대헌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것이 문제가 됐다.
'올림픽 영웅'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이미 낙인된 '성추행' 프레임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았고, 국적을 포기한 데다 하필이면 국민감정이 썩 좋지 않은 중국으로 귀화한 탓에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귀화에 따른 실리도 챙기지 못했다. 임효준은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전 국적으로 출전 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 공백기가 컸던 탓에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그런 그가 국제무대에 다시 돌아온 건 2022-23시즌이었다. 중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그는 점점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다음 시즌인 2023-24시즌엔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번에 열린 하얼빈 아시안게임은 임효준이 평창 올림픽 이후 7년 만에 치르는 종합대회였다. 그리고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쳤다.
공교롭게도 임효준은 한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에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혼성계주 2000m 결선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효준은 선두로 달리다 넘어졌고, 이 틈을 탄 박지원이 선두로 올라서며 금메달을 땄다.
이 금메달로 박지원은 큰 고민거리였던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첫 올림픽 출전과 메달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전 박지원이 대표팀 내 '팀 킬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는데, 끝내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한 그다.
임효준과 박지원은 경쟁자이기 전에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했다. 박지원과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엔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금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은 '쇼트트랙 선수' 임효준의 모습은 반갑다. 국적을 떠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가, 갖은 풍파를 겪고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한번 재기에 성공한 자체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는 내년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올림픽 금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반가움과 함께 마음 한편엔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임효준에게 일련의 사건이 없었다면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임효준과 박지원이 '쌍두마차'로 나설 수 있었다면, 하는 가정은 이미 부질없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미 자국의 에이스를 올림픽에서 '적'으로 상대한 경험도 있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3관왕을 달성했던 안현수(러시아 명 빅토르 안)의 사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랬듯, 내년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키워낸 에이스를 적으로 상대해야 할 처지다.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421/000807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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