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리베로 가치 올린 '디그의 여왕', 김해란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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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킬지킴이 
2025-02-14 09:17 9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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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흥국생명, 9일 페퍼저축은행전 후 김해란 은퇴식 진행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완파하고 7연승을 내달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3,25-12,27-25)으로 승리했다.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린 흥국생명은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53점)와의 승점 차이를 두 자리로 벌리며 다시금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22승5패, 승점64점).
흥국생명은 54일 만에 복귀한 외국인 선수 투트쿠 부르주가 51.61%의 성공률로 16득점을 기록했고 미들블로커 아닐리스 피치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14득점,김연경이 13득점, 정윤주가 10득점으로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의미 있는 행사가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물론이고 한국 여자배구 전체를 대표하는 리베로로 한 시대를 군림했던 '미친 디그' 김해란의 은퇴식이었다.
▲ 2002년부터 성인배구에서 23년 간 활약했던 김해란은 9일 은퇴식과 함께 정든 코트를 떠났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리베로 연봉 2억 시대' 열었던 선수
2022년 실업배구 드래프트에서는 186cm의 신장을 자랑하는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특급 유망주 한송이가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그리고 깉은 해 2차6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마산제일여고의 아웃사이드히터 김해란이었다. 김해란은 성인배구 입단 후 168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수비전문선수 리베로로 전향했는데 이는 김해란에게 최고의 선택이 됐다.
뛰어난 순발력과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도약한 김해란은 V리그 원년 디그 1위(세트당 7.10개)에 오르며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도로공사는 챔프전에서 KT&G(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게 1승3패로 패하며 원년 우승을 놓쳤지만 김해란은 V리그가 출범하자마자 흥국생명의 구기란, GS칼텍스의 남지연과 함께 '여자배구 리베로 3대장'으로 올라섰다.
김해란은 2007년 김사니 세터와 2008년 주공격수 한송이가 팀을 떠나면서 도로공사의 전력이 약화되는 와중에도 꾸준히 팀을 지키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떨쳤던 시기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 역시 김해란이었다. 하지만 김해란은 2015년 1월 올스타전에서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김해란은 수술 후 재활을 하던 2015년5월 마산제일여고 후배 임명옥(도로공사)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갑작스러운 이적이었지만 김해란은 팀을 옮긴 후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뽐냈고 2016년 2월 1일 현대건설전에서는 무려 54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이는 9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V리그 한 경기 최다 디그 기록으로 남아있다.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김해란은 구단으로부터 플레잉코치 제안을 받았지만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연봉 2억 원을 받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리베로 포지션에서 연봉 2억 원을 돌파한 선수는 김해란이 역대 최초였다. 김해란이 터를 잘 닦은 덕분에 현재 V리그에서 2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리베로는 4명(임명옥,김연견,신연경,한다혜)으로 늘었다.
디그 여왕 9회-통산 1만 1000 디그의 전설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최하위로 떨어졌지만 김해란은 이적하자마자 디그 1위(세트당 6.7개)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후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베레니카 톰시아와 FA 김세영(흥국생명 코치),김미연(GS칼텍스)이 가세한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10년 만에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대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하면서도 유독 챔프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김해란의 커리어 첫 우승이었다.
김해란 리베로는 2020 도쿄올림픽 예선에서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한국이 본선 티켓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됐고 김해란은 출산 계획을 미룰 수 없어 은퇴를 결정했다. 2020년 12월 아들을 출산한 김해란은 2021년 4월 1년 만에 현역 복귀를 선언했지만 복귀 시즌 16경기 출전에 그치며 일부 배구팬들로부터 '무리한 복귀'였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풀타임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김해란은 정규리그 35경기에 출전해 수비(세트당 7.80개)와 디그(5.61개) 2위, 리시브 9위(45.90%)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22-2023 시즌 김해란의 맹활약과 함께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는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이 무산됐지만 김해란의 건재를 증명하기엔 충분했다.
복귀 후에도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며 승승장구하던 김해란은 지난 시즌 무릎 부상 때문에 정규리그 8경기 출전에 그쳤고 챔프전에서 2경기에 출전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현대건설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해란은 무릎 부상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작년 5월 20년 넘게 이어졌던 실업 및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김해란은 '미친 디그'라는 별명답게 통산 9번이나 디그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작년 2월 GS칼텍스전에서는 1만1000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불혹이 되기 직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다. 은퇴식과 함께 김해란의 커리어는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팀 승리를 위해 코트에서 수없이 몸을 던졌던 그녀의 플레이는 배구 팬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양형석
https://m.sports.naver.com/volleyball/article/047/000246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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