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사석관리 룰' 폐지한 것인가? 존속하는 것인가? 한국기원의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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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룰 파행으로 촉발된 LG배 사태가 가닥을 잡아가는 양상이다. 보름여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한중 양국 팬들간 감정격화만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바둑 일인자인 신진서 9단까지 나서 의견을 밝히기에 이르렀고, 뒤이어 중국바둑협회에서 “한국기원의 사석룰 규칙에 대한 개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분기점을 맞았다. 대화와 타협의 단계에 들어선 것은 무척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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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중국바둑협회의 성명문을 읽으면서 모호한 점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기원이 '문제가 된 사석관리 룰'을 완전히 폐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까? 이 의아심은 실은 사흘 전 2월 3일 한국기원 운영위원회 결과발표에서부터 들었다. 그때 한국기원의 발표문만으로는 뭔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기자의 독해력 탓일 수도 있다.
그때 긴급히 소집한 운영위원회에서 장시간 논의 결과 논란이 된 사석룰, 그러니까 따낸 돌을 바둑통 뚜껑에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다시 손을 봐 ‘경고 2회 누적시 반칙패’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규칙은 경고 1회시 2집 벌점 부과, 경고 2회시에는 반칙패를 적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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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 없이 ‘경고 2회 누적시 반칙패란 규정을 폐지’한다는 한줄 발표문만으로는 헷갈리기 쉬웠다.
경고를 받을 때마다 2집 벌점은 가하되 대신 몇 번을 받든 반칙패는 없는 것으로 기자는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일부 기자나 팬들은 ‘사석룰 자체를 폐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모호한 구석이 있었지만 한국기원 관계자 그 누구에게서도 사석룰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말을 들은 바 없기에 전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구석 우리말로 쓴 공문을 중국바둑협회가 다시 번역하게 될 텐데 혹여 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는 없을까 살짝 걱정이 들긴 했다.
그런데 중국바둑협회의 성명문을 보면서 기자가 받아들인 것과 뭔가 좀 차이가 있구나, 확신하게 되었다.
중국바둑협회 관계자는 “한국기원이 5일 중국바둑협회에 공문을 보내 두번 위반시 반칙패하는 규정의 폐지를 확실히 했으며,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에서 벌점 부과 룰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바둑협회 성명을 통해 한국기원이 보낸 공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물론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원이 전한 본뜻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 한국기원이 공문을 통해 사석관리 룰을 두번 위반시 반칙패하는 규정에 대해 폐지를 확실히 했다는 것과
2.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에서 벌점 부과 룰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중국바둑협회가 발표한 성명문에서도 1번은 역시 모호하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3일 한국기원이 개최한 긴급 운영위원회에서는 “반외 규정에 의한 경고에 대해서는 누적 반칙패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는 입장만 냈을 뿐 ‘벌점’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일각에서는 벌점을 2집에서 1집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었는데, 중국바둑협회가 공개한 공문에 의해 벌점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란 보도를 냈다.
![[531436]ke01.jpg](https://photo.cyberoro.com/photo/202502/%5B531436%5Dke01.jpg)
한국기원에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벌점 자체를 아예 없앴다는 건 얘기가 다르니까.
확인 결과 “중국바둑협회가 공개한 공문에 의해 벌점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란 기사는 오보였다. 한국기원의 설명은 이러했다.
1. 사석룰 규정에 대해서는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중론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중지를 모아 개정할 계획이다.
2. 따라서 현행 1회 경고시 벌점 2집, 2회 경고시 반칙패 적용 규정은 개정 룰을 확정할 때까지 잠정 중단한다. 다만 따낸 돌을 돌뚜껑에 놓지 않을시 심판은 주의 조치를 한다.
3. 이에 따라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과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을 치른다.
사석관리 룰을 완전히 폐지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한국기사들이 이 룰의 필요성을 강변하므로 존속하되 중국, 일본도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 담당자의 답변) 운영위에서 사석규정을 변경하고 반외 규정에 의해서 생기는 경고누적 반칙패를 없애기로 하였습니다만, 그 부분에 있어 벌점 등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논의 검토가 필요하여 가까운 농심배(백산수배) 포함,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 등 한국주최 세계대회에서 해당 규정(바둑규정 제18조)에 대해 개정 전까지 잠시 효력을 정지하고 심판의 주의(패널티 없음)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중국바둑협회 쪽 반응도 “제29회 LG배 결승전 논란 이후 중국바둑협회는 일관되게 규칙 존중, 대회 주최 측 존중이라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규정 내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다”고 말하는 걸로 보아 서로의 룰에 대해 더 공감하고 존중하는 계기는 된 듯하니, 너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몰아칠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목전에 닥친 농심신라면배와 쏘팔코사놀배 두 대회야 시기적으로 보완한 개정 룰을 선보일 수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쳐도 그럼 국내기전, 특히 중국기사 용병이 참가하는 KB바둑리그는 어쩌겠다는 것인지? 한국바둑룰이 국내용과 국제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당연히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기전에 현행 사석관리 규정을 잠정 중단하고 ‘주의 조치’만 적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한국기원의 명확한 발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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