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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이토록 고요하게 숨 쉬는 고래섬, 세이지우드 여수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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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세이지우드여수경도. 금오도 코스와 마주하며 굽이치는 여수 앞바다를 받아들인 돌산도 코스. 사진=윤석우(49Visual)

여수 앞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 여수경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골프 코스다. 이곳을 품은 세이지우드는 다채로운 색을 지녔다. 따뜻한 빛으로 물들다 이내 흐릿한 안개 뒤 섬들이 푸릇하게 가리워지고, 다시 서늘한 해류가 굽이들면 서서히 검붉은 노을이 드리운다. 이토록 그윽한 이곳은 거센 바닷바람에 맞서 세상에 널리 보이고 싶을 만큼이나 귀하다.

경도는 고려 시대부터 섬의 모양이 고래를 닮았다 하여 경도(鯨島)라 불렸고, 섬 주변 바다가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경도(鏡島)라고도 부른다. 이곳 섬 전체에 골프 코스가 자리했다. 사진=윤석우(49Visual)

"나무는 고요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자란다." 1990년대 한국 사회의 혼란 속에서 느리게 변하는 자연에 소외된 인간 존재를 비유한 이 구절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1995년 출간한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에 실린 한 조각이다. 한강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문체가 담긴 이 소설은 아름다운 바다와 섬, 문화유산을 품은 여수가 배경이다. 이곳에서 깊은 영감을 얻은 한강 작가는 여수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느낀 감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나갔고, 그 안에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야기 내내 흘러나온다.

여수(麗水)라는 지명의 유래를 찾아보면 이곳이 예로부터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을 통일한 뒤 "이 지역은 인심이 좋고 여인들이 아름다운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신하들이 "물이 좋아서 인심이 좋고 여인들이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했다 한다. 여수는 이 자리에서 임진왜란이라는 풍파를 겪으면서도 그렇게 고요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지켜왔던 게 아닐까.

신비로울 만큼 아름다운 수많은 섬과 구불구불한 리아스식해안이 절경을 이루는 여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한려해상과 다도해 해상이 어우러지고, 바다 위에는 365개에 달하는 섬들이 하나하나 저만의 빛깔을 내며 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아름다운 입지 조건을 갖춘 땅에 골프 코스가 들어선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세이지우드여수경도는 이 수많은 섬 중에서도 대경도에 자리했다. 경도는 고려 시대부터 섬의 모양이 고래를 닮았다 하여 경도(鯨島)라 불렸고, 1910년에 이르러서는 섬 주변 바다가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경도(鏡島)라 불렸다. 여수 국동항에서 불과 500m 떨어진 대경도의 면적은 2.32km2로 최고점인 92m의 구릉지를 중심으로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섬 전체가 하나의 골프 코스로 조성되어 있어 그 희소가치가 높기만 하다. 이곳에서 문학의 꽃을 피운 한강 작가가 그렇듯, 코스 설계가라면 이 땅을 영감의 원천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동도 코스 파3 9번홀. 여수가 '동양의 나폴리'라면 이 홀은 '동양의 페블비치 7번홀'이 아닐까. 사진=윤석우(49Visual)

◇ 밴던듄스를 거친 손길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여수의 앞바다에 위치한 섬 전체가 골프 코스로 이루어진 땅. 이 매력적인 골프 코스가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 개최가 단초였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주제로 열린 여수세계박람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가했고, 약 800만 명이 관람한 성공적인 이벤트였다. 당시 전라남도는 여수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발전시키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관광·레저를 위한 여가 지원 시설로 낙점한 경도는 그중 하나였다.

이 개발 사업을 추진한 전남개발공사는 경도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 코스와 숙박 시설이 들어서길 원했다. 이들은 세계 100대 코스 설계 경력자가 골프 코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을 내걸었고, 여기에 부합한 SK건설이 경도 내 골프 리조트 전체 공사를 맡고 설계 시공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이 골프 코스 시공을 맡았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이 이 개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젊은 코스 설계가 데이비드 매클레이 키드의 파트너 영입이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인 설계가 매클레이 키드는 당시 미국 오리건주의 밴던듄스를 설계하며 떠오르는 신성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설계가라는 점에서 기대감 또한 크게 작용했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의 당시 책임자였던 코스 설계가 이현강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 매클레이 키드에게 사전 양해를 먼저 구했다. 밴던듄스를 가봤던 터라 이야기가 잘 통했다. 도면만 보내주는 방식은 원하지 않았기에 직접 시공 때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도 수락했다. 매클레이 키드는 세 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고, 셰이퍼도 추천받아 진행하면서 현장 조형 감리는 그의 직원이었던 닉 숀이 주로 맡았다. 매클레이 키드는 한국에서 처음 하는 작업에 매우 열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클레이 키드가 도전적인 설계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낯선 한국 땅에서 설계는 녹록지 않았다. 링크스 코스에서 과감한 시도를 해왔던 매클레이 키드도 다른 설계 문화와 국내 법규에 따른 여러 제약 상황과 부딪쳐야 했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아오는 바닷가 지형의 고저와 험악함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공사 단계에서 한정된 사업비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현강은 10여 년 전 설계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18홀로 구상했다가 27홀로 바꾸었다. 공간이 타이트해진 부분은 아쉽지만, 코스의 기본 골격이 좋고 매클레이 키드의 설계 의도가 잘 반영됐다고 본다. 우리는 전략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 홀의 길이나 폭, 벙커의 전략적 위치를 비롯해 레이아웃 부분에서도 한 홀 한 홀 왼쪽과 오른쪽의 성격을 논의하면서 디자인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그와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안타까운 건 이곳이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시기에 맞추지 못하고 2년 뒤인 2014년 4월 대중제 27홀 코스(파108, 총 9706m)로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후 2020년 전남개발공사는 미래에셋에 여수경도 사업 시행권을 이전했고, 세이지우드여수경도는 새 주인을 맞았다. 미래에셋은 약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약속하고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동항에서 경도를 잇는 연륙교 개통이 지연되고, 이곳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복잡한 이권 다툼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의 투자와 관리에 들어간 세이지우드여수경도는 그간 잃었던 코스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며 사시사철 골퍼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금오도 코스 파5 5번홀. 남해 바다의 풍광을 안은 해안 절벽 위에서 모험적이면서도 위태롭기까지 하다. 사진=윤석우(49Visual)

◇ 돌고 도는 코스의 색채

해안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오션 뷰다.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티 샷을 할 때도 플레이어가 등을 지는 것이 아닌 바다를 바라봐야 한다. 때로는 바다를 건너 샷을 하는 묘미도 필요하다.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변하는 바다의 모양과 빛의 감도, 바닷바람의 세기는 플레이어의 감각을 깨우며 전략적·도전적 정신을 고취시킨다. 세이지우드여수경도는 이런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바라보이는 섬 이름을 따서 지은 오동도·금오도·돌산도 코스는 섬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돌아 저마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매클레이 키드는 여수에서 어떠한 영감을 얻었을까. 단조로움을 거부한 3개의 코스를 돌다 보면 그가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그 흔적이 엿보인다. 고요한 듯 거친 여수 앞바다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향토색 짙은 항구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다. 입체적인 경도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코스는 과감한 도전을 부추기듯 지루할 새 없이 바다를 따라 굽이치면서도 전략적인 고민의 틈을 주듯 고요한 해류의 흐름을 타고 어느새 성큼 그린에 다다르게 이끈다.

경도 선착장에 내려 처음 닿게 되는 오동도 코스는 완만한 구릉지에 들어선 전장 3127m의 짧은 코스이지만, 페어웨이 폭이 좁은 굽은 언듈레이션으로 샷 정확성에 대한 압박을 안겨준다. 대체로 작은 그린은 바닷가 끝자락에 자리하고 주변 벙커들은 의도된 위치에 배치되어 위험을 주기도, 더 큰 위험을 막기도 한다. 바닷가 옆 호수를 넘겨야 하는 파4 8번홀은 고즈넉한 언덕 위에 자리한 클럽하우스의 한옥 지붕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온을 안기고,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 파3 9번홀은 바다 건너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압박감과 바람에 맞서게 한다. 오동도 코스는 바다 너머 여수 시내가 한눈에 들어와 먼발치에서 여수의 풍취를 느끼는 멋도 있다.

먼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섬들과 수평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기잡이 배들이 바라보이는 금오도 코스는 남해 바다를 항해하는 고래의 드넓은 등에 올라탄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금오도 코스는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그린 앞 양쪽으로 호수가 자리한 파4 2번홀은 그린 너머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와 호수가 교차하며 넘실대지만 전략적인 세컨드 샷으로 선택권을 부여한다. 해안 절벽 코너의 시작점에 위치한 파3 3번홀을 돌면 왼쪽으로 해안 절벽이 장엄하게 펼쳐진, 쭉 뻗은 4~7번홀의 직선 코스를 만난다. 전장 3364m로 3개 코스 중 중간 길이인데도 긴 모험길에 오르는 선장의 기분이 드는 건 망망대해처럼 긴 홀들을 나아가며 해풍과도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경관의 변화가 뚜렷해지는 돌산도 코스는 가장 긴 전장 3364m로, 바위산과 해송 숲, 호수와 바다를 넘나드는 다이내믹한 토너먼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돌산도 코스는 바다를 접하는 기회가 줄어드는 대신 그린으로 가는 길목마다 위치한 벙커와 언듈레이션이 심한 작고 다양한 모양의 그린, 공략하는 지점에 따라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홀들은 선택의 여정이다. 짧은 파4 3번홀은 페어웨이 중간 낙구 지점부터 그린 입구까지 벙커들이 엇나가게 배치되어 있어 세컨드 샷의 위치에 따라 공략 앵글이 달라지고, 7번홀은 그린 뒤 바다로 샷을 해야 하는 착각이 드는 파3으로 비교적 긴 홀이지만 클럽 선택은 짧게 해야 한다. 마지막 9번홀은 바다를 휘감은 듯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진 파5 도그레그로 티 샷부터 모험을 떠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여수경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섬 안에도 갯장어(일본 말로 하모) 샤부샤부를 맛볼 수 있는 전문 식당이 있지만, 섬 밖으로 나서면 그야말로 산해진미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직 먹거리 투어로만 여수를 택하더라도 감히 숨은 남도 바다의 맛을 다 찾아낼 수 있을까. 인심 두둑한 향토 음식을 떠나 세대를 넘나드는 디저트마저 풍요롭다. 연륙도 개통 목표대로라면 경도로 가는 뱃길은 곧 끊긴다. 어둑한 새벽녘부터 자정까지 인정이 서려 있는, 5분 남짓 오가는 뱃길조차 낭만이 있는 곳, 한강 작가는 여기서 이렇게 적었다. "죽음과 삶 사이, 그 경계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중략) 얼마만큼 왔을까." 여전히 혼란스러운 여수경도의 미래가 찬란하기를.

서민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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