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천하의 박성현이 시드 걱정을?…“2025년 배수의 진 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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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박성현은 그날 이후 매주 기사를 써야 할 정도로 LPGA 투어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US여자오픈 우승 얼마 뒤에는 8월 캐나다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면서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했다. 또, 11월에는 LPGA 투어 역대 루키 최초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까지 차지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박성현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말 생긴 어깨 부상을 기점으로 정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샷 감각을 되찾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왼쪽 손목까지 다치면서 지난해에는 아예 1년짜리 병가를 내고 필드에서 사라졌다.
어느새 세계랭킹이 500위권까지 내려앉은 박성현을 최근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박성현은 “이제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그간 우승이 없다 보니 LPGA 투어 시드가 딱 1년만 남았다”면서 “다행히 왼쪽 손목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샷 컨디션도 계속 좋아지는 중이다. 올 시즌 꼭 재기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 3승을 기록하면서 전성기를 이어간 박성현은 그러나 2019년 말 왼쪽 어깨를 다치면서 내리막을 탔다. 특유의 파워풀한 스윙을 할 때마다 연골이 부딪혔고, 이를 치료하느라 10개월 가까이 제대로 채를 잡지 못했다. 또, 지난해에는 왼쪽 손목 부상으로 다시 1년을 쉬어갔다. 박성현은 “골프를 시작한 뒤로는 늘 부침이 있었다. 매번 골프가 잘 되면 좋겠지만, 그런 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교훈 하나를 배웠다. 골프가 힘들게 느껴질 때를 상정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렇게 심신을 추스르니까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성현은 “내가 시드 걱정을 할 줄 몰랐다. 이전에는 출전 자격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한 적이 없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낯선 기분이 든다”면서 “벼랑 끝까지 몰린 만큼 훈련 강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전 감각이라 평소 라운드를 할 때도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내기 골프를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 잠시 만난 마이클 젠슨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미국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후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후보군을 추렸다. 마침 박성현이 기존 후원사와 계약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눴고, 프로골퍼로서의 스타성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함께 느껴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성현은 “20대 때는 나름 비거리를 많이 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쉽게 명함을 내지 못할 정도로 한국은 물론 미국과 태국 등에서 장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비거리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정확도로 승부하고 싶다. 올겨울 아이언샷을 날카롭게 다듬어서 다시 정상으로 올라서겠다”고 복귀 출사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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