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이동환의 앤드원] 루카 돈치치를 왜 팔아버렸을까? 역대급 충격 딜이 만든 3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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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역사상 가장 놀라운 트레이드가 터졌고, 아직도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
댈러스는 도대체 왜 25살의 루카 돈치치를 선뜻 팔아버렸을까. 댈러스의 결정은 오직 농구적인 부분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일까. 레이커스와 댈러스의 넥스트 무브는?
루카 돈치치 트레이드가 남긴 3가지 의문을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해보자.
의문1. 루카 돈치치는 정말 자기 관리가 되지 않는 선수일까?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번 트레이드의 골자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댈러스, 레이커스, 유타 3개 팀이 참가한 이번 역대급 트레이드는 6명의 선수와 1장의 1라운드 픽, 2장의 2라운드 픽이 교환됐다.
레이커스행: 루카 돈치치, 막시 클리바, 마키프 모리스
댈러스행: 앤써니 데이비스, 맥스 크리스티, 2029년 1라운드 픽(from 레이커스)
유타행: 제일런 후드-쉬피노, 2025년 2라운드 픽(from 클리퍼스), 2025년 2라운드 픽(from 댈러스)
1999년생인 루카 돈치치는 만 25살의 나이에 NBA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뤄가고 있는 선수다.
소포모어시즌인 2019-2020시즌부터 5년 연속 올스타와 올-NBA 퍼스트 팀에 선정됐고 지난 시즌에도 MVP 레이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첫 6시즌 동안 422경기에서 28.6점 8.7리바운드 8.3어시스트. 이제 막 20대의 반환점을 돌기 시작한 루카 돈치치가 만들어낸 기록이다.
단기전에서의 역량도 증명했다.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해 실패했던 댈러스는 돈치치 데뷔 후 6년 동안 4번 플레이오프에 나섰고 2022년에는 서부 결승에, 2024년에는 NBA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돈치치가 이끄는 댈러스는 2022년 플레이오프에서 리그 승률 1위 팀 피닉스(64승 18패)를 7차전 혈투 끝에 잡는 '역대급 업셋'을 만들어냈다.
2024년 플레이오프에서도 5번 시드 댈러스는 1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 3번 시드 미네소타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2011년 이후 13년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그 모든 중심에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비미국인 선수'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었던 루카 돈치치가 있었다.
그런 돈치치를 댈러스는 트레이드했다. 1993년생의 앤써니 데이비스와 롤 플레이어 맥스 크리스티, 1라운드 픽 1장만을 받으면서 말이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 딜에 대해 코트 밖의 변수, 특히 루카 돈치치의 체중 관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NBA 데뷔 공식 체중이 당시 230파운드(약 104kg)이었던 돈치치의 체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불어났다.
육안으로 봐도 얼굴과 상체에 살이 불어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다만 루카 돈치치의 압도적인 경기력 때문에 이 이슈는 '정상참작'돼 왔다.
돈치치는 코트에서 가속보다는 감속을 주무기로 삼아 수비수들을 요리해온 선수였다. 강한 몸을 활용한 포스트업, 범핑을 통해 본인의 공간을 만들고 이것을 스코어링과 패싱 게임에 활용해왔다.
적어도 '살이 찌면 발이 느려진다'는 우려는 돈치치에겐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ESPN에 따르면 최근 돈치치의 체중은 270파운드(약 122kg)까지 늘어나 있었다고 한다.
데뷔 이래 무려 40파운드(약 18kg)가 늘어난 셈인데, 이에 대해 미식축구 전문 미디어인 'MLfootball'은 "돈치치는 NFL에서 오펜시브 라인맨(동료 공격수를 보호하기 위해 벽을 세우는 포지션. 주로 체중이 높은 거구의 선수들이 맡는다)을 맡아도 될 정도"라고 비꼬기도 했다.
항간에는 돈치치가 지난해 10월 초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했을 때 305파운드(약 138kg)에서 315파운드(약 142kg)까지 체중이 불어난 상태였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 돈치치의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돈치치가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이미 하체 부상에 꾸준히 노출돼 왔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최근 몇 년동안 돈치치는 발목, 종아리 쪽 부상과 싸워왔다. 그리고 이 부상이 누가 봐도 많아 보이는 그의 체중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돈치치는 지난 2022-2023시즌부터 시작된 댈러스와의 5년 연장계약 만료를 2년 앞두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다가오는 여름 댈러스와 최대 5년 3억 4,500만 달러의 슈퍼맥스 연장계약을 맺을 것이 유력했다.
현지에서는 댈러스가 체중 관리가 안 되는 돈치치에게 연간 7,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안겨주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고, 그 우려가 결국 이 같은 믿기 힘든 트레이드로 이어졌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돈치치 트레이드가 일어난 직후 SNS상에서는 한 영상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서부 결승에서 시리즈를 승리한 후 경기장 복도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돈치치에게 마이크 핀리 댈러스 부단장이 조용히 다가가 맥주 캔을 빼앗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서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다가 캔을 빼앗긴 돈치치는 "OK"라는 말과 함께 얼떨떨한듯 웃어보였다.


올라올 당시만 해도 가벼운 웃음거리로 여겨졌던 영상이, 이번 트레이드 이후 크게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루카 돈치치의 아버지, 사샤 돈치치는 돈치치의 건강, 체중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대해 정면 반박하면서 댈러스 구단을 '위선적(hypocrisy)'이라고 비판한 상태다.
"불과 지난 시즌에도 돈치치의 몸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한 개인(니코 해리슨 단장)이 (돈치치에 대해) 충분히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와중에도 말이죠. 돈치치는 지난 시즌에 100경기를 평균 40분 정도 뛰었습니다. 평균 2명, 3명의 수비를 달고 다니면서 얻어맞았죠.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게 특정 개인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샤 돈치치가 남긴 말이다.
의문2. 댈러스는 왜 1라운드 픽을 1장 밖에 얻지 못했나?
더욱 의문스러운 것은, 댈러스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25살의, 이미 세계 최고급에 올라 있는 선수를 트레이드했는데 댈러스는 1라운드 픽을 단 1장 받는데 그쳤다.
앤써니 데이비스를 얻어왔다고 해도 댈러스가 받은 돈치치의 대가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1993년 3월생인 앤써니 데이비스는 만 32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부상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20대 후반에는 세 시즌 동안 단 132경기만 뛰었고 리그 대표 인저리 프론으로 평가받아왔다.
데이비스가 근래의 돈치치보다도 부상이 잦고 6살이나 더 많은 30대 선수라는 점, 건강한 상황에서의 퍼포먼스도 돈치치보다 아래라는 점을 생각하면 댈러스는 이번 트레이드에서 데이비스 외의 무언가를 확실히 더 받아와야 했다.
여전히 루카 돈치치를 데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2029년의 레이커스 1라운드 픽 1장과 맥스 크리스티는 추가적인 대가로서 부족해도 확실히 부족하다.
현지에서도 이번 트레이드에서 왜 댈러스가 1라운드 픽을 2장이 아닌 1장만 받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매우 큰 상태다.
'디 애슬레틱'은 4일 공개한 기사를 통해 댈러스가 루카 돈치치의 대가로 1라운드 픽을 왜 1장밖에 받지 못했는지 설명했다.
이번 루카 돈치치 트레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니코 해리슨 댈러스 단장과 롭 펠린카 레이커스 단장의 아주 비밀스러운 협상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니코 해리슨 단장은 자신이 돈치치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은 것을 가능한 한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 했다.
연장계약 협상을 1년 남은 시점에서 돈치치 트레이드 시도가 물거품이 될 경우, 돈치치가 큰 배신감을 느끼고 먼저 트레이드를 요청하거나 연장계약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댈러스는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에서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있었다. '윈 나우'를 노리는 댈러스의 라커룸 분위기가 엉망진창이 될 것도 뻔했다.
"If a trade didn't materialize, then they believed the prospect of being left with a disgruntled franchise centerpiece could be disastrous.(만약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불만을 가진 프랜차이즈 스타를 남겨두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댈러스는 믿었다.)"
'디 애슬레틱'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전한 표현이다.
니코 해리슨 단장은 돈치치를 매물로 1개의 팀에 먼저 연락했지만 본격적인 협상은 진행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현지 보도에 따르면 첫 연락 대상은 밀워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해리슨 단장은 롭 펠린카 단장과 접촉, 돈치치 트레이드 협상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부친 채 몇주 동안 은밀히 펠린카와 소통해왔다.
댈러스와 레이커스 코칭스태프와 주변인은 물론 르브론 제임스조차 이번 트레이드를 전혀 알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다만 트레이드 논의가 너무 극도로 진행되는 바람에 이 부분이 오히려 댈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모양이다.
협상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해달라는 니코 해리슨 단장의 요청으로 인해, 롭 펠린카 단장은 루카 돈치치의 에이전트에게도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펠린카 단장은 이 부분을 트레이드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했다.
돈치치의 에이전트와 연락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돈치치가 트레이드 이후에 레이커스와 연장계약을 맺고 잔류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펠린카 단장이 내세운 주장이었다.
그리고 펠린카의 영리한 이 주장은 곧 니코 해리슨 단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오히려 한 발 물러서는 계기가 됐다.
'디 애슬레틱'은 "돈치치가 LA에 장기적으로 남고 싶어 하는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레이커스는 돈치치 영입을 위해 모든 것을 걸 수 없다고 댈러스에 표명했다"고 전했다. 결국 니코 해리슨 단장은 1라운드 픽을 단 1장만 받기로 하고 돈치치 트레이드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된 루카 돈치치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레이커스에 두 가지 큰 이득을 안겨주었다.
첫째, 1라운드 픽을 1장만 내주고도 프랜차이즈의 새 얼굴이 될 슈퍼스타를 얻었다.(현재 분위기대로라면 돈치치는 레이커스에서 장기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협상 과정에서 다른 팀들의 강력한 오퍼와 경쟁하는 상황이 없었고, 덕분에 트레이드 카드 소진을 최소화했다.
반면 댈러스는 절대 추진할 필요가 없었던 돈치치를 트레이드를 너무 비밀로 부치는 바람에, 충분하지 못한 대가를 받으면서 진행하게 됐다. 자신의 꾀에 자신이 발목이 잡힌 셈이었다.

의문3. 넥스트 무브는 없을까?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에 트레이드 시장에서 계속 이득이 되는 딜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2월 30일에는 디안젤로 러셀을 내주고 도리안 핀니-스미스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레이커스는 1라운드 픽을 단 1장도 쓰지 않고 2라운드 지명권만 내줬다.
그리고 이번 루카 돈치치 트레이드에서도 1라운드 픽을 1장만 사용하면서 레이커스는 향후 트레이드 시장에서 또 다른 '넥스트 무브'를 가져갈 여력을 유지했다.
ESPN의 샴즈 카라니아 기자는 "돈치치 영입을 통해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진 레이커스가 다가오는 오프시즌에 더 큰 움직임을 가져갈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돈치치 트레이드 이전까지만 해도 레이커스는 핸들러 부족이 가장 큰 이슈였던 팀이었다. 디안젤로 러셀은 브루클린으로 떠났고, 오스틴 리브스와 르브론 제임스의 핸들링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어쩌면 '농구 역사상 최고의 메인 핸들러'일지도 모를 루카 돈치치가 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빠르면 올여름, 늦어도 2-3년 내 여름에 다가올 르브론 제임스의 은퇴를 레이커스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동안 '언터처블'로 분류하고 지켜온 오스틴 리브스도 트레이드해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르브론 제임스-루카 돈치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를 추가 영입해도 된다. 혹은 지금의 로스터에 안정적인 수비형 빅맨만 영입해도 당장의 전력은 나쁘지 않다. 르브론의 은퇴가 생각보다 빨라진다면 철저하게 루카 돈치치를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도 될 것이다.
돈치치를 얻음으로써 레이커스는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일단 로스터의 짜임새는 여전히 매우 준수하다. 카이리 어빙-클레이 탐슨-PJ 워싱턴-앤써니 데이비스-데릭 라이블리(대니얼 개포드)로 구성된 예상 선발 라인업은 구성이 무척 안정적이다. 스펜서 딘위디, 나지 마샬, 퀸튼 그라임스, 맥스 크리스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댈러스의 팀 전체 연봉은 1억 8,308만 달러에서 1억 7,018만 달러로 크게 감소, 선수 영입에 제한이 생기는 1차 에이프런 라인(1억 7,813만 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물론 사치세 라인(1억 7,081만 달러)보다도 낮아졌다. 여기에는 15%의 트레이드 키커를 포기한 앤써니 데이비스의 배려도 큰 도움이 됐다.
댈러스의 줄어든 팀 샐러리가 의미하는 바는 꽤 크다.
이제 댈러스는 이적시장에서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내보내는 샐러리보다 받아오는 샐러리를 더 많은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이아웃된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둘 모두 1차 에이프런 라인을 넘긴 팀은 불가능)
니코 해리슨 단장은 "내게 미래란 3~4년 후를 의미한다.(The future to me is three, four years from now)" 는 말과 함께 이번 트레이드를 설명했다.
'윈 나우' 스탠스로 3-4년 안에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때문에 댈러스는 돈치치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여력으로 우승에 도움이 될 움직임을 추가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보다 자유롭게 트레이드를 진행하거나 바이아웃 시장에서 매력적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댈러스와 레이커스의 알 수 없는 트레이드는 양 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물론 리그 전체의 이적시장 판도를 크게 뒤바꿔 놓았다.
도파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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