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하겠다" 승격 DNA를 가진 수원 부주장 최영준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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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남은 '압도' 그 자체였다. 김종부 감독의 지휘 아래 K리그의 전설이 되어버린 말컹, 정원진, 배기종, 이반, 최재수, 이범수, 박지수, 우주성 등 공수에서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개막 후 18경기 연속 무패 (12승 6무)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고, 2014년 강등된 지 3년만에 K리그1 승격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최영준도 있었다. 2011년 경남에 입단한 이후 줄곧 주전으로 활약했던 최영준은 2017년 부주장으로서 팀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성적도 뛰어났다. 이 시즌 최영준은 31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올렸고, 승격 이후에도 중원의 핵심으로 맹활약하며 2018년 경남이 K리그1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마디로 승격하는 방법을 아는 선수가 바로 최영준이다.
수원은 경험이 부족했던 베테랑들 대신 승격의 해법을 아는 선수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고, 제주에서 입지가 좁아진 최영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하길 원했고, 수원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는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부주장이 되어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그라운드의 맡형으로서 그는 선수단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부주장까지 단 만큼 남다른 책임감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그다. 16일 펼쳐진 충남아산과의 경기에서도 그는 90분 휘슬이 불릴 때까지 맡형으로서 그라운드를 지켰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를 만난 최영준은 결과에 대해 "나는 빅버드에서 첫 경기였고 수원은 오랜만에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팬분들도 오셨고 중요한 경기였다.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비겨서 아쉽다."라고 운을 띄웠다.
득점이 좀처럼 터지지 않으면서 원하는 경기를 풀고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수원의 고민이다. 최영준은 "분명히 다들 능력은 좋은 선수들인데 부담감이 있는 건지, 훈련 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선수들은 다 그래도 공격수도 믿고 동료들을 다 믿고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부터라도 잘 넣어줄 거라고 믿고 있다."라고 격려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팬들의 쓴소리도 들었기에 최영준이 느끼는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는 경기 후 팬들의 피드백에 대해 "많이 공감을 했고, 충분히 그럴 수 있으시겠다라고 생각도 하고 있었다. 많은 팬분들이 빅버드에 와서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그런 응원보다 결과를 못 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너무 속상하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부주장 타이틀을 단 이후 첫 경기를 소화한 최영준은 "부주장이라는 직책을 맡긴 했지만, 또 제가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있고,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함으로써 감독님께서 부주장의 역할을 좋게 봐주시고 직책을 주셔서 거기에 책임감도 따르고 내가 잘해야 되겠다. 모범이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라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경남에서 부주장을 맡았던 2017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영준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 그때도 부주장이긴 했지만 역할이 좀 달랐던 것 같다. 그 당시에 팀 내에서 중간 가교 역할이었던 것 같고 지금은 최고참이기 때문에 그때 들었던 선배님들의 쓴소리도 하고, 좋은 소리도 해주면서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역할도 내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팀에서 달라진 위상과 그에 걸맞는 역할을 이야기했다.
2017년 승격 DNA를 조금이라도 선수단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그는 "그 당시 18경기 무패로 초반부터 연승을 해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서 다음 경기 잘하고, 또 우리가 18경기 무패를 안 하라는 법은 없고, 축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라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최영준이 느끼는 승격의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승격을 경험해봤지만, 내가 잘해서 했다기 보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야지. 승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라고 항상 생각을 한다." 라고 설명한 최영준은 "승격을 하고 난 후 여러 팀을 돌아다니면서도 승격한 팀이 매해 생기면 그 팀을 볼 때마다 이변도 있었고 승격이라는 것 자체가 운도 따라줘야 되고,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져야 하 기 때문에 우리 역시 승격이라는 목표를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승격이라는 단어가 선수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와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 최영준은 이에 대해 "물론 승격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좀 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거라고 생각은 하고, 부담감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걸 또 이겨내야 원하는 목표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다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영준은 다시 한번 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네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찬스들이 초반에 일찍 찾아온 적도 있었고, 1대1 같은 노마크 찬스들이 많았는데 그런 골들이 쉽게 들어갔다면 전체적인 경기 운영이나 성적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공격수들을 믿고 있고 그 다음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좀 더 분발해서 골을 넣어 쉽게 갈 수 있는 경기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원을 위해서라면 쓴소리도 기꺼이 하겠다는 최영준이다. 그는 "지금은 상황을 봐야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쓴소리도 할 수 있으면 해야한다. 그래도 지금은 분위기가 조금 처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쓴소리보다는 좋은 소리도 많이 해주고 앞으로 가야할 길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는 게 먼저일 것 같다."라고 수원 삼성의 부주장 최영준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최영준은 경기가 끝난 후 하염없이 팬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외침이 베테랑 최영준을 비롯한 선수단의 투혼과 승부욕을 일깨울 수 있을 지 앞으로 베테랑 최영준이 보여줄 부주장 생활 주목되는 이유일 것이다.
"팬 여러분들 너무 응원을 열심히 잘해주시고 계셔서 제가 더 해달라고 하기도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정말 선수들이 일주일 동안 준비도 항상 열심히 잘하고 있고, 결과가 너무 안 나와서 아쉽지만, 팬들의 성원에 저희가 보답할 수 있도록 저부터 먼저 앞장서서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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