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 "병마 딛고 12㎞까지 달려 … 마라톤이 나를 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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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선셋마라톤 in 영종' 홍보대사 이봉주
5년 전 허리 굽는 희귀병 앓아
피나는 재활끝에 다시 일어서
몸상태 80% 회복, 매일 운동해
아파보니 건강 중요함 깨달아
"韓 마라톤 지킴이 역할 할 것"
이봉주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선셋마라톤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4)가 희귀병을 이겨내고 다시 달린다. 4년여간 투병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기적같이 회복해 다시 뛰기 시작한 그는 국민에게 또 한 번 '희망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봉주는 다음달 19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열리는 '선셋마라톤 in 영종'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MBN 개국 30주년을 맞아 처음 열리는 선셋마라톤은 오전이 아닌 오후 4시에 출발해 서해의 아름다운 노을과 석양 등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5㎞, 10㎞, 하프와 어린이 부문 3㎞ 등으로 나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선셋마라톤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만난 이봉주는 "다른 대회보다 특색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 보통 마라톤은 이른 아침에 열리는데 석양을 보면서 마라톤을 달리는 콘셉트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5㎞ 또는 10㎞ 부문에 참가해 가족들과 함께 뛰어볼 생각"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로 꼽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비롯해 1998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 2연패,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등 각종 국제 대회를 제패했고, 마라톤 풀코스 한국 최고 기록 보유자(2000년 도쿄국제마라톤·2시간7분20초)다. 1990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처음 완주한 뒤 풀코스로만 41차례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마라톤계의 철인이었던 그는 2020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복근이 지속적으로 수축해 허리가 굽는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뛰는 건 물론 걷기도 쉽지 않아 한때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하면서 시련을 겪었다.
'마라톤 철인'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021년 6시간이 넘는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이봉주는 불굴의 의지로 피나는 재활을 했고, 지난해 4월부터 서서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150m를 달렸던 이봉주는 6개월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에서 4년 만에 5㎞를 완주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굽었던 등은 다시 펴졌고, 웃음도 되찾았다. 사람들은 이봉주가 다시 달리자 '기적이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봉주는 이번 인터뷰에서 달리기 거리를 늘려 최근 12㎞까지 뛰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이부스키 유채꽃 마라톤)에 초청받아 나갔다. 그때 12㎞를 완주했다"면서 "힘은 좀 들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보니 그랬다. 그래도 10㎞ 넘게 달리고 목표했던 수준을 완주하니까 기분이 정말 남달랐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70~80% 정도까지 몸이 올라왔다. 많이 회복됐다"던 이봉주는 "요즘도 매일 조금씩 운동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1시간~1시간30분 정도 스트레칭도 하고 집과 가까운 산에 올라가며 조금씩 뛰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마라토너' 칭호를 받았을 만큼 꾸준함과 건강함의 상징이었던 그에게 4년여간 피나는 재활 기간은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놨다. 이봉주는 "아파본 사람만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운동 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해도 당장 힘든 시기를 겪어 보니 건강을 더 많이 챙기게 되더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살면서 건강을 좀 더 생각하면서 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 마라토너로 활약하며 겪었던 불굴의 의지를 되새겼다. 이봉주는 "마라톤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힘든 시기에 내가 예전에 뛰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다시 힘을 냈고, 회복했다"면서 "내가 뛰었던 마라톤을 통해 이제 다시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국내 마라톤은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라톤 대회 열기는 물론, 마라톤과 해외 여행이 연계된 상품도 새롭게 나올 정도다. 이봉주 역시 최근 마라톤 열풍에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한다는 건 마라톤을 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뜻깊고 좋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뛰면서 요즘 대회장에 가면 활기가 넘치는 듯하다"고 밝혔다.
'국민 마라토너'가 생각하는 마라톤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봉주는 '꾸준함'을 단연 첫손으로 꼽았다. 그는 "긴 거리를 달리려면 그만큼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욕심을 내고 달리다 보면 부상도 생기고 내 페이스를 쉽게 잃는다. 10㎞, 5㎞를 달리더라도 큰 무리 없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마라톤 열풍과 달리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마라톤의 부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봉주는 "엘리트 체육으로서 마라톤이 침체된 상황이 안타깝다. 선수들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학교 체육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안 나오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하루빨리 학교 체육이 활성화돼 더 많은 후배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5년 묵은 자신의 한국 기록도 깨졌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내 기록이 빨리 깨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 마라톤이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마라톤의 매력에 대해 이봉주는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 맑아지게 해 일상에서 의욕도 넘치게 하는 다재다능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이봉주는 앞으로도 한국 마라톤의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라톤을 통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특히 후배들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힘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5년 전 허리 굽는 희귀병 앓아
피나는 재활끝에 다시 일어서
몸상태 80% 회복, 매일 운동해
아파보니 건강 중요함 깨달아
"韓 마라톤 지킴이 역할 할 것"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4)가 희귀병을 이겨내고 다시 달린다. 4년여간 투병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기적같이 회복해 다시 뛰기 시작한 그는 국민에게 또 한 번 '희망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봉주는 다음달 19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열리는 '선셋마라톤 in 영종'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MBN 개국 30주년을 맞아 처음 열리는 선셋마라톤은 오전이 아닌 오후 4시에 출발해 서해의 아름다운 노을과 석양 등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5㎞, 10㎞, 하프와 어린이 부문 3㎞ 등으로 나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선셋마라톤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만난 이봉주는 "다른 대회보다 특색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 보통 마라톤은 이른 아침에 열리는데 석양을 보면서 마라톤을 달리는 콘셉트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5㎞ 또는 10㎞ 부문에 참가해 가족들과 함께 뛰어볼 생각"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로 꼽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비롯해 1998년과 2002년 아시안게임 2연패,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등 각종 국제 대회를 제패했고, 마라톤 풀코스 한국 최고 기록 보유자(2000년 도쿄국제마라톤·2시간7분20초)다. 1990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처음 완주한 뒤 풀코스로만 41차례 완주한 기록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마라톤계의 철인이었던 그는 2020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복근이 지속적으로 수축해 허리가 굽는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뛰는 건 물론 걷기도 쉽지 않아 한때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하면서 시련을 겪었다.
'마라톤 철인'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021년 6시간이 넘는 척수지주막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이봉주는 불굴의 의지로 피나는 재활을 했고, 지난해 4월부터 서서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제28회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150m를 달렸던 이봉주는 6개월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에서 4년 만에 5㎞를 완주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굽었던 등은 다시 펴졌고, 웃음도 되찾았다. 사람들은 이봉주가 다시 달리자 '기적이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이봉주는 이번 인터뷰에서 달리기 거리를 늘려 최근 12㎞까지 뛰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이부스키 유채꽃 마라톤)에 초청받아 나갔다. 그때 12㎞를 완주했다"면서 "힘은 좀 들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보니 그랬다. 그래도 10㎞ 넘게 달리고 목표했던 수준을 완주하니까 기분이 정말 남달랐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70~80% 정도까지 몸이 올라왔다. 많이 회복됐다"던 이봉주는 "요즘도 매일 조금씩 운동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1시간~1시간30분 정도 스트레칭도 하고 집과 가까운 산에 올라가며 조금씩 뛰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마라토너' 칭호를 받았을 만큼 꾸준함과 건강함의 상징이었던 그에게 4년여간 피나는 재활 기간은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놨다. 이봉주는 "아파본 사람만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운동 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해도 당장 힘든 시기를 겪어 보니 건강을 더 많이 챙기게 되더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살면서 건강을 좀 더 생각하면서 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 마라토너로 활약하며 겪었던 불굴의 의지를 되새겼다. 이봉주는 "마라톤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힘든 시기에 내가 예전에 뛰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다시 힘을 냈고, 회복했다"면서 "내가 뛰었던 마라톤을 통해 이제 다시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국내 마라톤은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마라톤 대회 열기는 물론, 마라톤과 해외 여행이 연계된 상품도 새롭게 나올 정도다. 이봉주 역시 최근 마라톤 열풍에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한다는 건 마라톤을 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뜻깊고 좋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뛰면서 요즘 대회장에 가면 활기가 넘치는 듯하다"고 밝혔다.
'국민 마라토너'가 생각하는 마라톤을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봉주는 '꾸준함'을 단연 첫손으로 꼽았다. 그는 "긴 거리를 달리려면 그만큼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욕심을 내고 달리다 보면 부상도 생기고 내 페이스를 쉽게 잃는다. 10㎞, 5㎞를 달리더라도 큰 무리 없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마라톤 열풍과 달리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마라톤의 부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봉주는 "엘리트 체육으로서 마라톤이 침체된 상황이 안타깝다. 선수들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학교 체육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안 나오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하루빨리 학교 체육이 활성화돼 더 많은 후배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5년 묵은 자신의 한국 기록도 깨졌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내 기록이 빨리 깨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 마라톤이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마라톤의 매력에 대해 이봉주는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 맑아지게 해 일상에서 의욕도 넘치게 하는 다재다능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이봉주는 앞으로도 한국 마라톤의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라톤을 통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특히 후배들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힘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009/000545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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